정말로 빠른 시간 내에 소설책 한권을 다 읽게 되었다.
그 소설책은 바로 그 유명한 헤르만헤세의 "데미안"
이 소설책은 내 동생이 명절때인가 고향에서 만날때 사가지고 온 이렇게 생긴 작은 책인데

내용이 어렵다고 하면서 집에 방치해둔걸 내가 얼떨결에 서울에 가지고 올라와 읽게 된 책이다.
내용이 확실히 어렵긴 했다. 특히 헤르만 헤세의 특유의 문학적인 표현이 있는데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완전히 이해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도입부를 넘어서면서 내용이 흥미로워지기 시작하여 계속 읽게 되었다.
줄거리 :
충실한 기독교 집안의 아들로 태어난 주인공 싱클레어가 유년시절 신에게 맹세한다면서 거짓말을 하게 되는데 이것을 불량한 친구에게 들켜 안절부절 못하는 장면부터 흥미를 돋기 시작했다. 어렸을적 한번쯤은 불량한 행위를 하고 싶은 욕구가 생기기 마련인데, 나의 경우에는 도둑질을 하거나 도로에 돌을 던지는 등의 행위를 했다가 마음이 조마조마했던 기억이 있다. 그 이후에는 그런 종류의 두려움을 느끼지 않고자 그런 짓을 다시는 하지 않게 되었다. 싱클레어의 경우에는 독실한 기독교 집안에서 자라난 만큼, 신에게 맹세하여 거짓말을 하는 행위는 그것을 혹여나 사람들에게 들킬까봐 어린 마음에 정말로 초조한 기분이 들었을 것이다. 이를 알게된 그 불량한 친구는 이 사실을 다른 어른들께 알려준다고 협박하며 주인공을 압박하기 시작한다. 금전을 뜯는다던지 심지어는 싱클레어의 누나와 강제로 이어지게 해달라고까지 한다.
이런 찰나에 이 소설의 이름이자 이 소설속의 핵심 인물인 데미안이 나타난다. 데미안은 싱클레어를 그 불량한 친구로부터 구원해주며, 교리를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법을 싱클레어에게 알려준다. 싱클레어는 어린 마음에 데미안의 그런 위험한 사상으로부터 멀어지려고 노력하며, 안락한 자신의 집에, 부모님의 품에 안겨있으려 애를 쓴다.
그러다가 성에 대해 눈을 뜰 무렵, 즉 사춘기 무렵에 싱클레어는 데미안의 말을 떠올리며 세상의 모든것에 의문을 가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방황하며 불량한 친구들과 술집에 드나들기도 한다. 그리고 그러던 중 다시 오랜만에 데미안을 만난다. 데미안은 싱클레어에게 무언가 의미있는 말을 전달하려고 하지만 그 당시의 싱클레어는 그것을 받아들일 정신이 아니었다. 그냥 모든게 다 위선적이고 부정적으로 보여졌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한눈에 반한 여성을 만나게 되고, 그 여성의 초상화를 그리기 위해 애를 쓴다. 하지만 그렇게 완성된 초상화는 그 여인을 닮았다기 보다는, 남성과 여성의 중간쯤되는... 그리고 눈은 데미안의 눈을 닮은 그런 묘한 초상이 되었다. 하지만 이내 싱클레어는 그 초상화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사실 사랑이라기 보다는 그것보다 좀 더 복잡한 감정을 가지게 되는데 그것은 혐오와 사랑, 존경과 죄의식이 뒤섞인 그런 알수없는 감정이었다. 그러다가 다시 데미안을 그리워 하게 된다. 그리고 그러던 중 피스토리우스라는 성직자의 길을 단념한 낭만주의자를 만나게 된다. 피스토리우스는 데미안처럼 악마와 천사의 모습을 한 몸에 가지고 있는 아프락사스 신을 믿는 사람이었다. 피스토리우스를 통해서 싱클레어는 내면적으로 많이 성장하게되고, 마침내 그 스승을 넘어서게 되어 벗어나게 된다.
결국 데미안을 만나고 데미안의 어머니까지 만나게 되는데, 데미안의 어머니가 자신이 그린 그 초상화를 매우 닮아서 매우 놀라게 된다. 데미안의 어머니도 데미안처럼 현명하고 기품있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데미안과 데미안의 어머니, 싱클레어는 평화로운 나날들을 보내지만 전쟁의 예감을 계속 느끼게 된다. 그 당시 시대배경이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때였는데 공간적 배경이 독일인 만큼, 그 전쟁의 중심에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데미안의 표현에 의하면 세계가 알에서 깨어나오기 위해 우리를 부르는 것이라고 하는데, 세계가 바뀌기 위해서는 즉, 전체주의 또는 민족주의 였던 그 당시의 사상이나 시대가 바뀌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죽음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 와중에 싱클레어는 데미안의 어머니를 사모하고 있어서 그녀가 어떻게 자신에게 스스로 끌려올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데미안과 싱클레어는 군대에 징집되는데... 거기서 데미안은 최후를 맞고, 싱클레어에게 마음속의 너 자신이 자신(데미안)을 부르면 언제든 자신을 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싱클레어는 자신의 내면, 어두운 거울속을 들여다 보니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나의 친구이자 나의 인도자인 그와 같은 모습을 하고있던 나를"
@ 감상평 :
우리가 사는 세계에서 정해놓은 법이나 규율, 교리같은것들이 어떻게 보면 절대적인게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다시 깨닫게 되었다. 그런 세속적인 약속들은 시대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수 있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이 어떻게 느끼고 생각하느냐이다. 내 영혼이 말하는 것, 본연의 나를 찾는것이 제일 중요한 것이다. 데미안은 기본적으로 1차 세계대전 당시의 민족 우월주의, 이기주의에 대해 비판을 하려하는 것 같았다. 아니 그보다 더 본질적으로 대중속으로 숨으려는 사람들의 비겁한 태도, 아니 어쩌면 가벼운 태도라고 하는게 맞을지도 모르겠지만, 하여간 그러한 집단 문화에 강한 비판을 가하고 있다. 즉, 자신의 개성, 자신만의 생각을 가지는 것을 두려워하여 집단의 대세에 그냥 따르며 그렇게 아무런 고뇌없이 살아가는것에 대해 계속해서 경고를 날리는 것이다. 그러다가 결국 전쟁이 발발하였다.
그것의 배경을 생각해본다면 유럽에서는 많은 시간동안 기독교의 교리에 의해서 약간 억압된 생활이 지속되었었다. 그러다가 산업혁명 등이 일어나고 근대화가 진행되면서 새로운 윤리가 필요하게 되었지만, 그러한 윤리나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문화가 전혀 잡히지 않은 그런 시대 배경인 것이다. 그런 와중에 집단 우월주의, 이기주의가 그 윤리라는 등대에 자리잡게 되었고, 결국 전쟁으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한편, 데미안과 데미안의 어머니 그리고 싱클레어는 자신들이 카인의 표적을 지니고 있다고 표현하며, 이러한 윤리의 부재를 극복하고자 자신의 내면에 답을 찾으려고 하였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어려운 책이다. 이렇게 독서후기를 적으면서도 그 내면의 숨겨진 의미들이 명확하게 정리되지가 않는다. (나중에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다) 하지만 이 책은 분명히 내 내면에 무언가 작은 물결을 일으켰고, 나 자신의 영혼은 무엇을 말하고 있을까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계속해서 생각하는것, 고뇌하는것 그것은 중요한 일이다. 나는 학교다닐때는 이러한 작업들이 시간낭비라고만 생각했었다. 왜냐면 이러한 것들은 당장 내일 볼 시험의 성적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닌 허울좋은 말뿐인 것이라고 치부했었다. 하지만 그렇게 성적이 전부였던 학교 시스템에서 벗어나 사회에 던져진 지금은 나 자신이 누구인지, 나와 세상의 관계는 무엇인지,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가 더욱 중요한 문제가 되었다.
싱클레어나 데미안은 이러한 본질적인 고민을 10대때부터 시작했으니, 정말 놀라운 일이다. 소설책을 읽으면서 보통은 밑줄을 치지 않는데 데미안의 경우에는 밑줄이 상당히 많이 쳐졌다. 그 중에 하나의 문단만 아래에 적고 후기를 마쳐보고자 한다.
@ 인상깊은 문단:
"아무리 평범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평생에 한 번이나 몇번쯤은 독설과 감사와 미덕과 함께 도덕적인 갈등을 피할 수 없는 때가 있다. 누구나 한 번은 아버지와 스승으로부터 자신을 떼어놓는 길로 걸음을 옮겨야만 하며, 설사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것을 참아낼 수 없어서 이내 다시 제자리로 돌아간다 하더라도 그 순간의 고독의 쓰라림을 아주 약간이라도 느끼지 않을수는 없다. 나의 경우, 아버지와 그들의 세계, 즉 유년 시절의 '밝은 세계'로부터 맹렬한 싸움을 하며 헤어져 나온것이 아니라 서서히 거의 눈에 띄지않게 떨어져 나왔고 낯설게 변해갔었다. 나는 그것이 몹시 유감스러웠고 때로 고향에 돌아가면 아주 쓰라린 심정이 되곤 했다. 그러나 그 심정은 가슴속 깊이 사무치는 것은 아니었으며 어느 정도 견딜만 한 것이었다."
"그러나 우리가 일상적인 습관에서가 아니라 독자적인 충동에서 애정과 공경심을 바쳤을 때, 우리가 독자적인 마음으로 제자나 친구가 되었을 때, 만약 어느 순간 우리 마음의 큰 부분이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떠나려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면 그것은 쓰리고 고통스러운 순간이 될 것이다. 그런 때는 친구와 스승에게 반발하는 모든 생각은 독이 묻은 가시를 드러내며 우리 자신의 심장을 향해서 돌아오는 법이고, 그것을 막으려는 온갖 타격은 자기의 얼굴에 정통으로 명중하는 법이다. 그때 적절한 도덕을 마음속에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온 사람은 '배신'과 '배은망덕'이란 단어가 치욕적인 별명과 낙인처럼 의식에 떠오르게 되는 것이다."
'Review > 도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도서 리뷰] 경이의 땅 (0) | 2023.08.15 |
---|---|
[도서 리뷰] 꽃들에게 희망을 (0) | 2023.07.08 |
[도서 리뷰] 싯다르타 (2) | 2023.06.06 |
[도서 리뷰]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2) | 2023.05.22 |
[도서 리뷰] 빅매직 (1) | 2023.04.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