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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 리뷰] 진격의거인 평행세계 vs 운명론

라니체 2023. 12. 8.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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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격의 거인을 보면 풀리지 않은 떡밥, 또는 추측이 많이 필요한 떡밥들이 꽤 많이있다.

나는 오랫동안 진격의 거인에서 시조의 힘과 진격의 거인의 힘에 의해서 에렌이 수많은 평행세계를 만들어냈을거라고 추측했었다.

 

 

그런데 최근에 어떤 사람이 올린 분석 영상을 보게 되면서 마음이 바뀌게 되었다.

아마 운명론이 아니었나 하는 것이다. 왜냐면 평행세계론이라고 한다면 논리의 헛점이 너무 많다.

예를들면 그럼 평행세계가 만들어지기 전 원래 세계에서의 에렌, 즉 최초의 에렌은 어떻게 그러면 시조를 탈환했을까에 대한 부분이다. 시조 에렌은 그리샤 예거에게 개입하여 시조를 탈환하게 한다. 즉, 그렇게 해야지만 시조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원래 세계에서 시조 에렌이 존재하지 않았을 때에는 그리샤 예거가 시조를 탈환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그 결과로 시조 에렌은 아예 탄생자체를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를 운명론이라 생각하면 다 말이 된다. 여기서 운명론이란 시조가 과거에 계속 개입해서 자신이 정해놓은 미래로 가게끔 해놓았기 때문에 사건들은 그저 정해진대로만 발생할수 밖에 없다는 설정이다. 이는 평행세계와 미묘하게 다르다. 평행세계는 과거,현재,미래로 이루어진 시간축이 여러개 있는, 즉 말그대로 세계관이 여러개 있다는 설정이고 운명론은 과거, 현재, 미래로 이루어진 시간축이 하나라는 설정이다. 다만 이 하나의 시간축을 시조가 계속 개입하여 마치 비디오 되감기를 하듯이 세계를 다시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로 그게 정해진 하나의 결정론적 세계가 된다.

 

 

그렇게 되면 많은 부분들이 설명된다. 먼저 시조 유미르는 자신이 원하는 미래, 즉 자신이 사랑했던 프리츠왕을 맹목적으로 사랑하는게 맞는지 확인할 수 있는 인물들을 만나기 위해 2000년을 기다려왔다. 그리고 에렌과 미카사가 딱 그것을 확인할 수 있는 인물들이라고 판단하고 미카사가 사랑하는 에렌을 죽일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그런 상황을 만들어내기 위해 에렌이 시조가 되는 미래를 만들어냈을 것이다. 그리고 에렌 역시 거인의 힘을 완전히 소멸시키기 위해서는 유미르를 설득시킬 수 밖에 없다는걸 알게 됬을 것이다. 그 결과로 에렌과 유미르는 힘을 합쳐서 그런 상황을 만들기 위해 협업한다. 예를 들면 다이나 거인이 베르톨트 대신에 에렌의 엄마를 먹도록 유도한다던지, 추후에 날개가 생겨 미카사가 에렌을 죽이게끔 도와줄 팔코를 생각해서 턱거인 겔리아드를 일부러 먹지 않는다던지, 지크가 리바이와 자폭을 시도해서 목숨이 끊어질 상황에서 유미르가 지크를 다시 살린다던지... (이정도면 시조의 간섭은 거의 사기가 아닌가 싶다.)

 

 

에렌은 진격의 거인의 힘을 이용해서 계속해서 미래를 보지만 그 정해진 미래를 볼 수 없다는 사실에 좌절한다. 사실 그럴수밖에 없는게 유미르와 시조 에렌이 이미 다 정해놓은 세계관에서 단지 에렌은 진격의 힘으로 그 정해진 미래를 볼 뿐이므로 그걸 바꿀 도리는 없는 것이다. 즉, 좌표에서 시조 에렌과 유미르는 이미 그 시작과 끝을 한눈에 보고 있을테다. 작중에서의 에렌은 그 정해진 길을 걸어가고 있을 뿐이고...

 

 

진격의거인 완결편에 미카사와 에렌이 함께 사는 장면이 잠깐 나오는데, 이건 아마 시조 에렌이 한번 시뮬레이션해본 상황일 것이다. 즉, 앞서 말했듯 시조는 이 세계의 시간을 마치 비디오 되감기 하듯이 되돌려서 자신이 원하는대로 굴러가도록 개입할수도 있다. 시조 에렌은 그 시간 되감기를 하는 수많은 시도중에 한번은 미카사와 함께 도망가서 알콩달콩 잘 사는 설정으로 해봤을것이다. 하지만 거기서도 미카사에게 진정한 행복을 주지 못했다고 생각한 에렌은 결국 수많은 시도들 중에 자신이 동료들에게 죽는 설정을 만드는 것이 아르민과 미카사에게 가장 좋은 미래로 남겨질거라고 판단한것이다.

 

 

즉, 수많은 시간되감기를 해보고 그중에 가장 나은 작품을 결정한거라고도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작중에서 보여주는 세계는 시조 에렌과 유미르가 정한 그 시나리오대로 흘러가는 세계이며, 따라서 이는 평행세계가 아니라 시조가 간섭해서 비디오 되감기의 끝에 최종적으로 선택된 딱 하나의 세계이다.

 

 

애니가 참 어려웠는데 이제야 좀 이해가 되는것 같다. (사실 아직도 좀 찜찜한 부분들이 있긴하다) 그나저나 그토록 자유를 갈망했던 에렌은 유미르의 궁금증 해소를 위한 재물로써 살다간게 아닌가 싶어서 좀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