룩백 (Look Back)
오늘 리뷰해볼 영화는 룩백(Look Back) 이다.
1시간짜리 영화라 사실 큰 기대하지 않고 봤는데 생각보다 울림이 컸다.
(최근에 본 영화인 베테랑은 2시간이 넘어가도 이정도의 울림을 주지 못했는데...우리나라 영화가 부끄러울 정도였다)
영화 룩백은 만화 "룩백"을 애니화한 것이다.
그리고 현재 우리나라 영화관 중에서는 메가박스에서만 볼 수 있는것으로 알고 있다.
아래 글은 스포일러를 다소 포함할 수 있습니다.
룩백은 만화가의 꿈을 가진 두 소녀의 성장기를 다룬다.
잔잔한 서사가 전개되며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여운이 꽤 크게 남아 관객들 중 아무도 엔딩크레딧이
다 올라갈때까지 자리를 벗어나지 못했다. 무언가 던지는 메세지가 분명히 있으나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렵다.
다만 초등학생때부터 자신들의 꿈을 향해서 나아가는 두 소녀, 서로 의지해서 꿈을 하나씩 이루어가는 모습, 그 과정은 보기만해도 힐링이 되었다. 그리고 나의 유년시절도 동시에 떠오르기도 하고...
대략적 줄거리를 말하자면...
초등학생때부터 만화를 잘 그려 학보에 실릴 4컷 만화를 그려온 후지노는 히키코모리 동급생 쿄모토의 그림실력에 주눅이 들기 시작하는데 급기야 2년 내내 그림연습에만 매달렸지만 쿄모토를 따라잡을 수 없다는걸 체감한 후지노는 만화를 접으려 한다.
그런데 알고보니 그 동경의 대상이었던 쿄모토는 후지노를 동경하고 있었고 후지노는 그 사실에 감격하여 다시 만화를 시작한다. 그렇게 이 둘은 중학생때부터 같이 작업을 시작하게 되고 고등학생 시절에 이미 만화 출판에도 7편이나 성공한다.
아마 후지노는 자신이 이 고된 창작의 길, 성공이나 보상이 결코 보장되지 않는 만화가의 길을 가면서 자신이 지금 제대로 길을 가고 있는건지 항상 흔들렸을 것이다. (특히 자신보다 그림을 훨씬 더 잘 그리는 쿄모토를 보고 그 흔들림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그런 쿄모토가 자신의 만화를 동경해왔다고 하자 후지노는 다시금 자신감을 얻게 된 셈이다.
그렇게 행복한 서사가 진행되다가 쿄모토가 미대에 가고 싶어 하면서 (그림을 좀 더 잘 그리기 위해) 쿄모토와 후지노는 결별을 맞게 되고 쿄모토는 미대에서 작업 중에 묻지마 살인에 당하게 된다...(이게 좀 갑작스럽긴 한데 충분히 현실적으로도 발생할 수 있는 일이라... 실제 일본에서 발생한 묻지마 방화사건을 모티브로 만들었다는 얘기도 있다)
후지노는 만화가로써 쿄모토의 빈자리를 느끼면서도 성공의 가도를 이어나가고 있었으나 그 소식을 듣고 만화 연재를 중단하기로 한다.
그리고 죽은 쿄모토의 집에 방문하게 되는데 거기서 주간 소년 점프 책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 책 안에 있는 자신의 만화가 있는 페이지를 펼쳐보게 되고 그 페이지에서 자신이 초등학생때 쿄모토의 히키코모리 생활을 풍자하며 코믹하게 그려주었던 4컷 만화를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이 만약 그 4컷만화를 그려주지 않았다면, 그리고 좀 더 나아가서 자신이 쿄모토와 친해지지 않았다면 쿄모토가 이런 살인을 당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자책한다. 그러고는 그 4컷만화를 갈기갈기 찢어버리는데... 그 만화의 일부 페이지가 쿄모토의 방문틈으로 들어간다. (마치 그 둘의 첫 만남때처럼)
그 페이지에는 쿄모토에게 방문에서 나오지 말라는 만화 컷이 있었으며 그걸로 말미암아 생길 평행세계 같은게 펼쳐진다. (아마 이것은 후지노의 망상이라고 추측된다)
그 평행 세계 속에서는 후지노가 쿄모토를 방문했을 때 쿄모토가 그 만화 컷(방문을 나오지 말라는) 을 보고 방문을 정말로 안나가서 후지노를 만나지 못하게 된다. 그렇지만 쿄모토는 여전히 미대에 입학하게 되고 후지노는 만화가가 아닌 카라테 학과를 가게 되지만 만화를 놓지 않는다. 후지노는 카라테 실력으로 쿄모토를 살인하려는 그 남자를 발차기로 제압하고 부상으로 인해 구급차에 실려가는데 그때 쿄모토는 후지노를 알아보고 만화를 이젠 그리지 않는지 물어본다. 이에 후지노는 이제막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다며 쿄모토에게 배경을 그려주는 어시를 해달라고 제안한다.
즉, 평행세계가 보여주는것은 후지노가 쿄모토를 초등학생때 만나지 못하게 되었더라도 그 둘은 서로의 꿈을 향해 달려갔을 것이며 결국 쿄모토의 죽음이 후지노 때문이 아니라는걸 보여준다. 그리고 이것은 아마 후지노 입장에서는 쿄모토가 자신에게 건네는 위로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이런 생각 자체가 떠오른걸 쿄모토의 방문에서 나오는 4컷 만화, 즉 쿄모토가 후지노에게 그려준 만화로 표현되는데 아마 이것은 후지노의 망상이겠지만 쿄모토가 자신에게 건네는 위로의 말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리고 그 4컷 만화의 제목이 룩백(look back) 이었다.)
그리고 쿄모토의 방문을 열었을 때 테이프로 붙인 네컷만화 중 하나가 떨어진것을 확인하고 뒤를 돌아보니 후지노가 쿄모토를 처음 만난 날 옷에다가 싸인을 해주었었는데 그 옷이 걸려있는 것을 발견한다. 즉 만화의 제목이 룩백인것은 중의적 의미가 있었던 것이다. 일단 (물리적으로) 뒤를 돌아봐 라는 뜻이기도 하고, 과거를 돌아봐 라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쪽이던지 다 말이 되며, 후지노와 쿄모토의 함께했던 만화를 향한 그 열정들, 쿄모토가 좋아했던 후지노의 만화들... 그런것들을 모두 잊지 말라는 의미일 것이다. 또한, 후지노가 쿄모토의 손을잡고 함께 뛰던 장면들도 자주 나왔는데 그때 항상 후지노가 뒤를 돌아보며 쿄모토의 얼굴을 보고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후지노에게는 쿄모토라는 든든한 지원군이 항상 있을테니 잊지 말라는 메세지 일 수 도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영화에서 유독 작업을 하는 후지노의 등이 자주 보이는데 그런 의미에서 "등을 바라봐" 라는 뜻이 되기도 할 것이다.
그리고 후지노는 그 방에서 나와 자신의 작업실로 성큼성큼 돌아간다.
그리고 자신의 작업실 창문에 빈 네컷 만화를 테이프로 붙이고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모르고 작업에 몰두한다.
그렇게 쿄모토의 위로와 격려, 추억 등을 뒤로하고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자신과 쿄모토의 꿈을 위해서... 한걸음 한걸음 계속...
왠지모르게 영화를 다 보고 눈물이 나려 했지만 참았다.
실제로 여성 관객들이 좀 많이 울긴 하더라..
개인적으로 이 영화는 한편으로는 만화가를 포함한 모든 창작자의 인내심과 숭고함에 대한 헌사를 남기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나는 저렇게 예술혼을 바칠만한 무언가가 있는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도 여운이 남아있고, 간만에 정말 좋은 영화를 보았다는 생각이 든다.
짧은데도 이정도 여파가 있는 영화는 이게 처음이다.